그곳은 저에게 꿈 같은 공간이었어요
- 2020-11-25
- 크루 인터뷰
뉴욕 키친이나 한국 키친이나 다른 것은 없습니다. 진정성 있게 음식을 만드는 것이 셰프의 최우선 가치입니다.
Q : 안녕하세요, 재인님!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해요.
재인 : 2호키친의 2인자이자 허리 역할을 맡고 있는 윤재인입니다. 함께 근무하는 직원을 관리하고 채연 리더가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기획을 키친에 반영하는 행동대장을 맡고 있습니다.
Q : 최근 결혼도 했는데 축하해요! 신혼생활은 재미있나요?
재인 : 감사합니다. 코로나19 때문에 해외로 신혼여행을 못가서 아직 실감이 잘 나지는 않습니다. 집에서 청소하고 쓰레기 버릴 때는 정말 실감이 나네요 하하!
Q : 그럼 집에서 재인님이 요리도 잘 하나요?
재인 : 나름? 요즘 빠진 음식들이 있는데 연습하면서 자주 해서 먹고 있어요. 최근 집들이를 했는데 그 음식도 모두 제가 직접 만들었습니다. 하하!
Q : 지난 번 살짝 들었는데 요리 입문하게 된 계기가 미국에 살았던 경험 때문이라고 하던데요?
재인 : 네, 맞아요. 외가 친척들이 대부분 미국에 살고 있었던 환경 덕에 자주 왕래를 하였어요. 초 6학년 때 미국에 있었는데 전대미문의 사건인 911 테러가 일어났었죠. TV의 모든 방송이 911테러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을 때 유일하게 딱 한 채널만 그렇지 않았는데, 바로 Food 채널이었어요. 누나와 함께 미국에 있었는데 어린 나이에 그 방송을 보면서 나오는 음식을 직접 따라 만들고 했어요. 그때도 엄청 유명했던 Jamie Oliver(제이미 올리버), Bobby Flay(바비 플레이) 셰프의 음식을 먹으러 다니곤 했는데, 이 경험들이 저에게 좋은 기억으로 각인이 되었어요!
Q : 그럼 이후에도 계속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셨어요?
재인 : 아니요. 중학교 2학년 때 다시 한국으로 왔습니다. 이후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니고 진로를 고민하면서 경희대 외식산업학과를 가고 싶었어요. 그런데 첫 번째는 고배를 마셨습니다. 이후 재수를 했는데 그 기간 중 16살 때 신청했던 미국 영주권이 나왔어요. 누나들이 전부 미국에 있었고 친척의 추천으로 어머니와 제가 영주권을 받게 되었는데 그때부터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수를 하던 중 요리사 자격증을 우선 따야겠다고 생각을 해서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어요.
Q : 그렇게 준비하다가 다시 미국에 가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재인 : 학원을 다니던 중 영주권 때문에 미국을 1주일 정도 다녀왔어야 했어요. 학원을 빠져야 했기 때문에 선생님께 말씀을 드리니 미국에 CIA라는 아주 유명한 요리학교가 있는데 영주권이 있고 환경이 되면 차라리 그 학교를 가는 것이 어떤지 조언을 해주셨어요. 미국에 잠시 머무는 기간 그리고 한국에 돌아와서 CIA(Culinary Institute of America)에 대해 알아보다 매료가 되었고 누나들의 도움과 저의 노력으로 유학 준비를 한 후 CIA에 입학하게 되었어요.
Q : 오~어떻게 보면 그 선생님의 한 마디가 인생을 바꿨네요?
재인 : 맞아요. 세계 3대 요리학교 중 하나인 CIA에 제가 간다고 하니 꿈만 같았어요.
Q : CIA에서 배웠던 것 중에 가장 인상 깊은 것이 궁금하네요.
재인 : 음식이 만들어 지는 전 과정을 본래의 프로세스에 맞게 그리고 정직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나의 음식이 만들어 지는 과정에서 정석대로 하지 않아도 맛의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요리사 자신에게 솔직해야 하고 그 음식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을 CIA에서 매우 강조를 하였는데 요리사로서의 기본 태도와 마음가짐을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Q : 졸업 후 미국에서는 어떤 활용을 했었나요?
재인 : 뉴욕에 잇는 레스토랑에서 5년 정도 근무했습니다. 맨하탄에 위치한 Marea(마레아)라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먼저 일을 했는데 미슐랭 2스타 레스토랑입니다. 최근 1스타로 떨어졌다고 하네요! 두 번째로 근무했던 곳은 Gramercy Tavern(그래머시 태번)이라는 아메리칸 프렌치 레스토랑이었어요. 워낙 유명한 곳이라 꼭 한번 일을 해보고 싶었어요.
Q : 그래머시 태번 레스토랑은 뉴욕에서도 손 꼽히는 곳인데 어떻게 가게 되었어요?
재인 : 마레아 sous chef(수 셰프) 중 한 명이 그래머시 태번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면서 좋은 기회가 생겼고 저도 함께 옮기게 되었습니다. 마레아에서 모든 스테이션을 두루 경험하고 tournant(뚜흐낭 or 톨난트)로 일을 했는데 앞서 설명한 수 셰프가 나가고 난 후 저에게 그 포지션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제 커리어에서 굉장히 좋은 기회이기는 했지만 요리를 더 배워야 하고 배우고 싶었기에 제안을 거절하고 그래머시 태번으로 옮기게 되었어요.
Q : sous chef 제안도 받았다고 했는데, 서양 음식을 만드는 곳에서 동양인에 대한 차별은 없었나요?
재인 : 미국에 있었던 영향으로 소통 가능한 정도의 영어 실력 정도까지 끌어 올려서 큰 도움이 되었어요. 그들과 소통이 원활하지 않으면 차별이 있을 수 있어요. 조금 더 제 자랑을 하자면..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는 파스타가 메인이고 정체성이에요. 그래서 파스타를 담당하는 스테이션에 동양인을 보통 넣지 않아요. 마레아에서 근무를 했을 때 역사상 딱 1명 있었는데 교포였다고 해요. 제가 모든 스테이션을 돌고 나서 마지막 파스타 스테이션만 남았을 때 대다수가 반대를 했었는데 sous chef 한 분이 저를 적극적으로 밀어줬어요. 최종 결정은 헤드 셰프였던 Michael White가 하였는데 뉴욕은 다인종이 사는 도시이고 마레아 레스토랑은 보수적이지 않은 문화를 지향해야 한다는 이야기와 함께 저를 파스타 스테이션에 포함하는 결정을 내렸죠. 지금 생각해도 소름 돋을 정도에요.
Q : 그래머시 태번은 파스타 스테이션이 없었나요?
재인 : 있었죠. 다만, 그곳은 프렌치 레스토랑이기 때문에 파스타가 메인이 아니라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덜해요. 이탈리아 음식은 본래의 재료를 살리는 것이 핵심이고 프랑스 음식은 다채로운 식재료를 바탕으로 소스로 풍미를 끌어 올리는데, 그 소스가 핵심이고 메인이에요. 소스 담당을 saucier(쏘시에)라고 하는데 그들이 보통 왕이죠. 모든 스테이션을 돌고 통과해야 쏘시에 자격이 주어져요. 소스가 망하면 그 날 영업에 큰 차질이 생기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포지션이죠.
Q : 아, 그럼 제가 평소에도 궁금했던 것인데 프랑스 음식과 이탈리아 음식 우위가 있나요?
재인 : 당연히 프랑스 음식이요!(인터뷰이 개인적 견해입니다..) 프랑스 음식이 상대적으로 노력과 시간이 많이 수반돼요. 음식에 관한 용어 대부분이 프랑스어인데 음식을 학문화 시킨 것이 프랑스이기 때문이에요. Auguste Escoffier(오귀스트 에스코피에)라는 사람이 최초로 스테이션을 정의하고 이름을 붙인 사람인데 이 역시 프랑스인이죠.
Q : 공부하신 분이라 다르군요…그럼 그렇게 화려한 뉴욕을 뒤로하고 어떻게 다시 한국에 오셨어요?
재인 : 가족과 떨어져 지낸 시간이 길어져 지치기도 했고 가족 곁에 있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굉장히 강했어요. 많은 고민을 하였지만 제가 노력만 하면 뉴욕은 언제든 다시 올 수 있는 곳이라 생각했어요. 물론 뉴욕이 저를 받아주어야 하죠. 한국에 돌아온 후 지인의 권유로 호텔에서 근무를 했습니다.
Q : 아~어디 호텔에 계셨나요?
재인 :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 있었어요. 당시 11층에 가든테라스가 있었는데 아메리칸 푸드를 기반으로 하는 bar 론칭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 호텔에 있는 지인이 저를 추천해서 면접을 보게 되었고 최종 합격하여 근무를 하게 되었죠. 마침 총지배인이 맨하탄 포시즌스 호텔에 오래 있었더라고요. 그래서 말이 더 잘 통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던 거 같아요. 그러나, 호텔은 제가 생각하는 방향과 결이 조금 다르다고 느껴 다양한 경험을 쌓은 후 이직을 하게 되었고 2019년 초 그렇게 플레이팅으로 오게 되었죠.
Q : 플레이팅 어떤 점에 이끌려 오게 되었어요?
재인 : 한국에 돌아와서 어느 날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아무리 미슐랭 3스타, 2스타에서 일 했다고 해도 그 안에 들어가면 다 똑같아요, 모든 키친은 다 전쟁터이고 난리도 아닙니다. 저는 파스타에 자부심이 정말 컸는데 보다 다양한 음식을 경험하고 배워서 스스로 발전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뉴욕에 있는 Daniel(다니엘)이라는 프렌치 레스토랑이 있는데 정말 유명한 곳입니다. 이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회사에서도 케이터링 비즈니스를 하고 있어요. 그것을 보면서 케이터링에 대한 편견이 많이 깨졌죠. 그러던 와중에 플레이팅을 알게 되었고 하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매력적이라 느껴져 들어오게 되었어요.
호텔에 있을 때 CIA 출신이라는 것이 때로는 장애물이 되기도 했어요.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죠. 플레이팅 면접을 봤을 때 함께 일하게 될 셰프들이 수준급이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실제 합류 후 살펴보니 저보다 훨씬 훌륭한 분들이 많았고 이 분들과 함께 하면 배울 것도 많고 제가 더 발전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어요. 그 판단은 지금까지 틀리지 않아서 오늘 인터뷰도 하고 있네요.
Q : 오! 산전수전 다 겪어본 자의 느낌이 나네요. 셰프 입장에서 회사의 어떤 점이 좋을까요?
재인 : 다양한 경험치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아 좋아요.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라면 그곳에서는 한정된 주제로 이야기를 해요. 예를 들어, 파스타 하나의 주제로 엄청난 논쟁을 하죠. 플레이팅은 일식, 양식 등 다양한 경험과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는 점이 매우 좋아요. 요즘 일식에 굉장한 관심이 있는데 같은 팀에 주일님이 일식 전공이라 많이 배우고 있어요.
Q : 다양한 경험치가 있는 분들이 플레이팅에는 많죠. 본인이 성장하고 있다고 느낄 때가 언제인지 보다 자세하게 설명 부탁드려요.
재인 : 저는 플레이팅 B2B 서비스로 피봇팅을 하고 얼마 안 된 시점에 입사를 했어요. 나름 산 증인이죠. 그때 이후로 계속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 저에게는 너무 즐거운 기분입니다. 사람도 많이 늘었고, 키친도 확장됐고, 진호님도 만나고..? 계속 확정 계획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러한 회사의 성장에 저도 역할을 조금이나마 했다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습니다.
Q : 맞아요. 이곳에 계신 모든 분들이 역할을 충분히 해주신 덕분이죠. 그럼 이제 좀 다른 질문! 최고의 식당은?
재인 : 하하하하! 일단 최악은 모르겠네요. 기분 나쁜 상태에서 먹는 모든 음식이 최악이죠. 뭘 먹어도 맛이 없어요. 최고의 식당은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일식에 꽂혀 있는데 근래 종종 갔었던 ‘무아’라는 다이닝이 생각나네요.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는데 제철 신선한 식재료를 바탕으로 가성비도 좋고(저렴하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분위기도 좋아요! 오해마세요. 이곳과 저는 아무 관계도 없습니다. 광고 아니에요.
Q : 그럼 가장 자신있는 음식은?
재인 : 파스타는 정말 자신있어요, 그리고 요즘 일식 솥밥도 연마하고 있는데 꽤 자신이 붙었습니다. 집들이 때 했던 음식 중 전복 솥밥도 있는데 엄청 맛있다고 했어요.
Q : 만약 본인이 레스토랑을 차린다면 파인 다이닝 같은 고급진 곳을 원하세요?
재인 : 아니요. 아마 절대 그러지 않을 거 같아요. 제가 하고 싶은 컨셉과 가장 유사한 곳은 뉴욕에 있는 ‘한잔’이라는 곳이에요. 과거 올리브TV에서 했던 마스터쉐프코리아 아시죠? 거기에 나와서 국내에서도 유명한 김훈이 셰프가 운영하는 식당이에요. 원래 의사였는데 매일 좋지 않은 것들만 보다 보니 생기가 돌지 않는 자기 자신을 보았다고 해요. 음식은 오로지 행복한 감정만이 담긴 것이라는 점에서 매료가 되었고, 결국 요리사의 길을 걷게 된 분이죠. 김훈이 셰프가 뉴욕에 연 레스토랑 첫 번째가 ‘단지’라는 곳이고 두 번째가 ‘한잔’이라는 곳인데 ‘한잔’과 같은 컨셉의 식당을 꼭 해보고 싶어요. 화려한 테크닉 보다 좋은 식재료를 바탕으로 건강한 음식을 내 놓을 수 있고 공간이 행복한 식당을 만들어 보고 싶어요.
Q : 그럼 플레이팅에서는 어떤 목표가 있어요?
재인 : 운영 시스템과 인사, 마케팅과 같은 요리 외적인 부분을 배우고 싶어요. 외식경영 분야인 셈이죠. 두 번째는 3호 키친, 4호 키친 쭉쭉 성장하면서 ‘플레이팅’이 오피스 케이터링의 대명사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기대가 크고 제가 자그마한 도움이 된다면 더욱 좋겠습니다.
Q : 마지막으로 저희 음식을 경험하는 분이나 키친 멤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재인 : 정성스럽게 솔직하게 꾸준하게 좋은 음식을 만들겠습니다. 운영팀을 통해 고객사의 반응을 듣고 있는데 고객사에서 대만족을 했다 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정말 기분 좋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그리고 저희 팀에게는….채연 리더도 너무 좋고 팀 동료도 너무 좋아서 바라는 것이 없어요. 제가 많이 부족하고 부족하고 부족한데 제가 더 잘하겠습니다. (이거 외모와 다르게 엄청 귀여운 말투로 이야기했습니다. 외모는 무서워요)
미국 레스토랑에서 일을 했을 때 엄청난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하면서 정말 많이 배웠어요. 이곳에서 제가 후배들에게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더욱 가열차게 노력하겠습니다! 🙂